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안 나온다. "그 있잖아, 그" 하다가 대화가 끊긴다.
냉장고 앞에 서서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잊는 일도 흔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덜컥 겁이 난다. 그런데 왜 하필 방금 일이 잘 안 남는지는 잘 모른다.
오늘은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생활에서 바로 쓰는 요령을 정리했다.
기억을 하나로 뭉뚱그려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성격이 다른 기억이 여럿 있다.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눠 보면 이해가 쉽다.
단기기억은 방금 들어온 정보를 잠깐 붙들어 두는 자리다. 전화번호를 듣고 누를 때까지 붙잡는 그 힘이다.
장기기억은 오래 저장된 기억이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 오래 부른 노래 같은 것들이다.
두 기억은 늙는 속도가 다르다. 여기서 흔한 궁금증이 풀린다.
"옛날 일은 또렷한데 어제 일은 흐릿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장기기억이 비교적 오래 버티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기기억은 먼저 흔들린다. 나이가 들거나 병이 생기면 이쪽부터 티가 난다.
한 가지 더 있다. 단기기억을 거치지 않으면 장기기억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방금 들은 이야기가 남지 않으면 오래된 기억으로 옮겨 갈 재료 자체가 없는 셈이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기억과 인지 관련 안내, 중앙치매센터 공개자료 종합.)
이유는 두 가지다. 담을 양이 적고, 오래 못 간다.
단기기억이 유지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 초에서 수십 초 수준으로 이야기된다.
담을 수 있는 양도 제한적이다. 한꺼번에 대여섯 가지만 넘어가도 흘러넘친다.
여기에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더 있다. 방해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돈을 세다가 누가 말을 걸면 숫자를 잊고 처음부터 다시 센다. 흔히 겪는 일이다.
방으로 무언가를 가지러 갔다가 잊는 것도 같은 이치다. 오는 동안 다른 생각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늘었다고 곧바로 겁낼 것은 아니다. 주의가 흩어진 상태였을 수 있다.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려 할 때 특히 그렇다. 한 번에 하나씩 하는 편이 기억에는 훨씬 낫다.
잠이 모자라거나 마음이 무거울 때도 단기기억은 눈에 띄게 흐려진다.
약과 술도 영향을 준다. 새로 드시기 시작한 약이 있다면 졸림이나 멍한 느낌이 함께 오는지 살펴본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인지기능 안내 종합. 유지 시간과 용량은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첫 순간은 대개 이름이나 단어에서 온다.
분명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안 나온다. 물건 이름 대신 "그거 있잖아"가 늘어난다.
이런 상태를 설단현상이라고 한다. 혀끝에서 맴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꺼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잠시 뒤에 떠오르거나, 첫 글자만 들어도 "아, 맞다" 하고 이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일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찾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사람 이름이 유독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은 뜻과 이어지지 않은 소리라서 걸어 둘 고리가 없다.
다만 구분해 볼 지점은 있다. 힌트를 줘도 떠오르지 않고 일상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자주 놓친다면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다.
말이 막힐 때는 애써 붙잡기보다 다른 말로 돌려 표현하고 넘어가는 편이 대화에 낫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중앙치매센터 치매 조기발견 안내 종합.)
기억에도 요령이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따로 떨어진 정보를 그대로 외우는 일이다.
그래서 연결이 필요하다. 장 볼 목록이라면 "국 끓일 것끼리, 반찬 할 것끼리" 묶는 식이다.
그림처럼 떠올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름을 외울 때 얼굴과 함께 장면으로 기억하는 방식이다.
첫 글자만 따서 한 덩어리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다섯 가지를 한 단어로 줄이면 훨씬 가볍다.
시간을 두고 다시 떠올려 보는 것도 요령이다. 한 번 외우고 덮는 것보다 오래 남는다.
새로 만난 사람의 이름은 그 자리에서 한 번 불러 보는 것만으로도 훨씬 오래 남는다.
여기에 외부 장치를 더한다. 이것이 특히 중요하다.
메모와 알람, 물건을 정해진 자리에 두는 습관이 그것이다. 열쇠와 안경, 지갑의 자리를 정해 둔다.
이런 방법을 두고 "기억력을 포기하는 것"이라 여기는 분이 있다. 그렇지 않다.
뇌가 붙들고 있어야 할 짐을 덜어 주는 일이다. 덜어 낸 만큼 중요한 일에 쓸 여유가 생긴다.
약 챙기기처럼 실수하면 곤란한 일은 특히 장치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인지 건강 생활 안내, 중앙치매센터 공개자료 종합.)
5
매일 조금씩 쓰는 일
여기까지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기억은 쓰는 만큼 다루기 쉬워진다.
다만 기대는 정확히 두는 편이 좋다. 기억력 훈련이 치매를 막아 준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훈련한 과제는 잘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향상이 일상 전반으로 넓게 옮겨 가는지는 결과가 엇갈린다.
그러니 인지활동은 여러 예방 수칙 가운데 하나로 보는 편이 맞다. 운동과 혈압 관리, 사람과의 교류가 함께 가야 한다.
그럼에도 머리를 쓰는 습관에는 분명한 값어치가 있다. 하루에 규칙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기억하고, 셈하고, 말을 찾는 일은 쓰지 않으면 무뎌진다.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매일이라는 규칙성이다.
어려운 것을 붙잡을 필요도 없다. 너무 어려우면 오래 못 가고, 오래 못 가면 의미가 없다.
두칭의 매일 두뇌훈련 4종은 기억, 집중, 언어, 계산을 골고루 자극하도록 짜여 있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하다.
치매는 생기고 나서 관리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 미리 예방하는 편이 언제나 더 현명하다.
(글 출처 : 중앙치매센터 치매예방수칙 공개자료, 세계보건기구 인지 저하 위험 감소 권고 종합.)
자주 묻는 질문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문제인가요?
흔한 일이고 대체로 정상 범위다.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꺼내는 데 실패한 상태여서, 잠시 뒤나 힌트를 받으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일이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럽다. 다만 힌트를 줘도 떠오르지 않고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다.
왜 단기기억부터 흔들리나요?
담아 둘 수 있는 양이 적고 유지되는 시간도 매우 짧기 때문이다. 몇 초에서 수십 초 사이에 사라지며 중간에 방해를 받으면 더 쉽게 흩어진다. 돈을 세다 말을 걸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세게 되는 것이 그런 경우다. 반면 오래된 기억은 이미 자리를 잡아 비교적 오래 남는다.
메모에 의존하면 기억력이 더 나빠지지 않나요?
그렇지 않다. 메모와 알람, 물건을 정해진 자리에 두는 습관은 뇌가 붙들고 있어야 할 짐을 덜어 주는 방법이다. 덜어 낸 만큼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 기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쓰기 위한 장치로 보시면 된다.
기억을 잘하는 요령이 있나요?
따로 떨어진 정보를 그대로 외우는 것이 가장 어렵다. 서로 연결하거나 그림처럼 떠올리고, 비슷한 것끼리 묶고, 첫 글자만 따서 한 덩어리로 만드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 시간을 두고 다시 떠올려 보는 습관을 더하면 더 오래 남는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 한두 가지를 정해 두시면 좋다.
기억력 훈련을 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나요?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확인된 것은 훈련한 과제는 잘하게 된다는 점이고, 그 향상이 일상 전반으로 옮겨 가는지는 결과가 엇갈린다. 인지활동은 여러 예방 수칙 가운데 하나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운동과 혈압·혈당 관리, 사람과의 교류를 함께 이어 갈 때 의미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