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말에는 서로 다른 일들이 섞여 있다.
이름이 입에서 맴도는 일, 방금 들은 말을 놓치는 일, 물건을 어디 뒀는지 모르는 일은 각각 다른 기능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기억력"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두면 무엇이 불편한지 짚기가 어렵다.
이 글은 기억이 어떻게 나뉘는지, 어느 자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나이 듦인지를 정리한다.
3줄 요약
기억은 담는 단계 · 두는 단계 · 꺼내는 단계로 나뉜다. 불편한 자리가 어디인지부터 갈라야 한다.
나이가 들며 가장 먼저 티가 나는 것은 대개 꺼내는 단계다. 이름이 맴도는 일이 대표적이다.
기억은 한 번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담는 단계다. 눈과 귀로 들어온 것을 붙들어 머릿속에 들여놓는 과정이다.
둘째는 두는 단계다. 들여놓은 것을 정리해 오래 남도록 자리를 잡아 주는 과정이다.
셋째는 꺼내는 단계다. 필요할 때 그 자리를 찾아 다시 불러오는 과정이다.
이 셋 가운데 어디가 어긋났느냐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
담는 데서 어긋나면 애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약국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그 말은 담기지 않은 것이다.
꺼내는 데서 어긋나면 있는 것을 못 찾는다. 배우의 이름이 입에서 맴돌다가 한참 뒤에 떠오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이가 들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개 꺼내는 단계다. 저장고가 비어서가 아니라 찾아가는 길이 느려지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힌트를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일이 많다. "그 사람, ㅂ으로 시작하는데" 하는 순간 이름이 나오는 식이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인지기능·기억력 안내, 중앙치매센터 공개자료 종합.)
2
여덟 갈래로 나뉘는 기억
기억을 더 들여다보면 갈래가 여럿이다. 인지 검사에서 나누는 이름을 빌리면 이렇게 정리된다.
단기기억은 방금 들어온 것을 잠깐 담아 두는 힘이다. 몇 초에서 몇십 초 정도가 그 범위다.
작업기억은 담아 둔 것을 붙들고 쓰는 힘이다.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이 단기기억이라면, 그 번호를 거꾸로 말하는 것이 작업기억이다.
시각 단기기억은 본 것을 잠깐 붙드는 힘이다. 주차한 자리를 눈에 담아 두는 일이 여기 해당한다.
청각 단기기억은 들은 것을 붙드는 힘이다. 전화로 불러 주는 계좌번호를 받아 적을 때 쓰인다.
상황기억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남기는 기억이다. 어제 점심에 누구를 만났는지가 여기 들어간다.
비언어 기억은 말로 옮기기 어려운 것을 담는다. 얼굴, 길, 그림 같은 것들이다.
명명은 본 것의 이름을 불러내는 힘이다. 앞서 말한 '입에서 맴도는' 일이 이 갈래와 맞닿아 있다.
인식은 낯익음을 알아보는 힘이다. 떠올려 말하지는 못해도 "본 적 있다"는 느낌이 남는 것이 이것이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가 있다. 불편한 자리가 갈래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름이 안 떠오르는 분과, 방금 들은 말을 놓치는 분은 서로 다른 것을 챙겨야 한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인지기능 안내, 중앙치매센터 인지영역 설명 자료 종합.)
기억을 한 곳이 도맡지는 않는다. 다만 자주 이름이 오르는 자리가 있다.
해마는 뇌 안쪽에 있는 작은 기관이다. 생김새가 바다 생물 해마를 닮아 그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새로 들어온 일을 등록하고 정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이 내일까지 남으려면 이 과정을 거친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이 부위의 변화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초기에 "옛날 일은 또렷한데 어제 일이 흐리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겹쳐 읽히는 대목이다.
전두엽은 이마 쪽에 있다. 담아 둔 것을 붙들고 조작하는 일, 그리고 필요할 때 꺼내 오는 일에 관여한다.
앞에서 말한 작업기억이 여기에 기대고 있다. 셈을 하거나 순서를 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설명은 연구에서 정리된 큰 흐름이다. 그림 한 장으로 개인의 상태를 판정할 수는 없다.
부위 이름을 외우실 일은 아니다. 어느 자리가 흔들렸는지는 매일 써 보면 드러난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인지기능 안내, 중앙치매센터 공개자료 종합.)
4
나이 듦과 걱정할 신호의 경계
나이가 들면 기억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 자체가 병은 아니다.
대체로 속도가 느려지고 방해에 약해진다. 조용한 곳에서는 잘 되는데 시끄러운 자리에서 유난히 힘든 것이 그렇다.
경계를 가르는 실마리는 힌트를 줬을 때의 반응이다.
힌트를 듣고 떠오르면 꺼내는 데서 걸린 것이다. 흔한 일이다.
반면 힌트를 줘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남아 있지 않다면 담는 단계에서 어긋난 것일 수 있다.
가족이 판단할 때 자주 빠지는 함정도 있다. 하루만 보고 단정하는 것이다.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누구나 흐릿하다. 며칠에 걸쳐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를 보셔야 한다.
그래서 하루치 인상보다 기록이 낫다. 며칠을 견주어 봐야 보이는 것이 있다.
비교 대상도 조심할 일이다. 옆집 어르신이 아니라 그분의 예전 모습과 견주는 것이 맞다.
그 기록을 매일 남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기억을 매일 써 보는 것이다.
(글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경도인지장애 안내, 중앙치매센터 치매상담콜센터 안내 종합.)
기억을 덜 힘들게 하는 다섯 가지
한 번에 하나 — 담는 순간에는 방해를 줄인다
소리 내어 되뇐다 — 듣고 한 번 따라 말하기
묶어서 담는다 — 낱낱이 말고 덩어리로
제자리를 정한다 — 열쇠·안경·약 자리 고정
적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 뇌의 짐을 더는 방법
5
기억 영역 훈련은 무엇을 건드리나
두칭의 인지 영역은 여섯 갈래로 나뉜다. 암산 · 추론 · 기억 · 집중 · 언어 · 지각이다.
그중 기억 영역의 훈련들은 앞에서 갈라 놓은 갈래를 하나씩 겨냥하도록 만들었다.
낱말을 잠깐 보여 주고 시차를 둔 뒤 떠올리게 하는 훈련은 담기와 꺼내기를 함께 쓴다.
짝을 맞춰 뒤집는 훈련은 시각 단기기억을, 들려주고 되묻는 훈련은 청각 단기기억을 쓴다.
층과 호수를 기억해 찾는 훈련처럼 위치와 순서를 담는 것도 있다.
훈련 화면이 어떤 모양인지는 영상 한 편이 설명보다 빠르다.
기억력 훈련 '짝꿍찾기' — 2022년 제작이라 지금 화면과 다를 수 있다.
훈련을 반복하면 그 과제가 손에 익는다.
겨냥하는 자리도 훈련마다 다르게 정해 두었다. 담기와 꺼내기, 시각 단기기억, 청각 단기기억, 위치와 순서를 각각 다른 훈련이 맡는다.
매일 조금씩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익숙한 하루에서는 기억을 쓰는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은 기억 영역으로 모아 보여 주고 같은 연령대 평균과 나란히 놓아 준다. 앞에서 말한 며칠을 견주는 기록이 여기서 저절로 쌓인다.
불편한 자리는 갈래마다 다르다. 그래서 훈련도 갈래를 갈라 쓴다. 매일 조금씩이면 된다.
(글 출처 : 세계보건기구 인지저하·치매 위험 감소 권고, 중앙치매센터 치매예방수칙 공개자료 종합.)
대개는 저장이 아니라 꺼내는 과정의 문제다. 아는 것이 분명한데 입에서 맴도는 상태를 설단현상이라 하고, 나이가 들수록 잦아지지만 그 자체로 병을 뜻하지는 않는다. 잠시 뒤 저절로 떠오르거나 힌트를 들으면 바로 나오는 경우가 그렇다. 꺼내는 연습은 두칭 기억 훈련이 매일 조금씩 시킨다. 담는 순간의 집중이 관건이라, 담는 연습도 훈련이 함께 시킨다.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같은 말인가요?
다르다. 단기기억은 잠깐 담아 두는 그릇, 작업기억은 담아 둔 것을 붙들고 쓰는 힘이다. 전화번호를 잠깐 외우는 것이 앞이라면, 그 번호를 거꾸로 말하는 것이 뒤다. 그래서 작업기억은 기억만이 아니라 암산·추론에서도 함께 쓰인다. 두칭 훈련을 여러 영역으로 돌려 가며 하시면 이 힘이 매일 쓰인다.
기억을 담당하는 곳이 정해져 있나요?
한 곳이 도맡지는 않는다. 다만 새로 들어온 일을 등록·정리하는 데 해마가, 붙들고 조작하는 데 전두엽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해마 부위의 변화가 이른 시기에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이는 연구에서 정리된 흐름이고 개인의 상태를 그림으로 판정할 수는 없다. 부위를 외우기보다 매일 기억을 쓰는 편이 낫고, 두칭 훈련이 그 자리를 만들어 준다.
기억력 훈련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지나요?
반복한 과제는 손에 익는다. 무엇보다 매일 기억을 쓰는 자리가 하루에 하나 생기고, 어제와 오늘을 견주어 볼 기록이 남는다.